제가 신혼여행으로 방문했던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는 도시 중심의 관광지뿐 아니라 외곽 지역에도 매력적인 명소가 많은 도시입니다. 구엘공원, 캄프 누, 티비다보 언덕, 외곽의 현대 건축 단지들, 그리고 대학가나 주거지 밀집 지역까지 모두 다른 분위기와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이러한 외곽 지역을 효율적으로 여행하기 위해서는 지하철이나 버스만큼 중요한 교통수단이 바로 ‘트램’입니다.
트램은 바르셀로나 외곽과 중심부를 잇는 중요한 노선망을 갖추고 있어,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서 도시 전체를 이해하는 열쇠가 되기도 합니다. 이 글에서는 바르셀로나 외곽을 여행할 때 트램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노선 선택부터 티켓 구매, 환승 팁까지 실질적인 정보를 중심으로 안내해 드립니다.
바르셀로나 트램 노선 개요 및 외곽 접근성
현재 바르셀로나에는 총 6개의 트램 노선이 운영 중입니다. 크게 T1, T2, T3 노선으로 이루어진 ‘트램바익(Trambaix)’과 T4, T5, T6로 구성된 ‘트람베소스(Trambesòs)’ 노선이 있습니다. 트람바익은 바르셀로나 서쪽 지역을, 트람베소스는 북동쪽 지역을 중심으로 운행합니다. 외곽으로 나갈 때 가장 많이 활용되는 노선은 트람바익 계열입니다.
T3 노선을 타면 디아고날 대로를 따라 서쪽 외곽으로 나아가, 에스플루그스(Esplugues), 산트 주스트(Sant Just), 산트 호안 데스피(Sant Joan Despí) 같은 외곽 도시까지 연결됩니다. 이 지역들은 로컬 분위기가 진하고, 관광객이 붐비지 않아 조용한 바르셀로나의 일상을 경험할 수 있는 곳입니다. T1과 T2 노선도 비슷한 방향으로 나가며, 노선마다 도착하는 지역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목적지를 기준으로 어떤 노선을 탈지 판단해야 합니다.
트램베소스 노선은 북동쪽의 산트 아드리아 데 베소스(Sant Adrià de Besòs), 바달로나(Badalona) 등의 외곽 지역으로 연결되며, 해안선을 따라 운행하는 T4는 바닷가 외곽 마을을 여행할 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트램은 정차 간격이 짧고, 지상에서 운행되기 때문에 이동 중에도 도시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역마다 안내 시스템이 잘 정비되어 있어 초보 여행자도 어렵지 않게 탑승할 수 있습니다.
외곽 트램 여행 시 주의할 점과 실용 팁
외곽으로 트램을 타고 나갈 경우, 몇 가지 꼭 알아두어야 할 사항들이 있습니다. 첫째, 트램은 바르셀로나 중심부인 고딕 지구, 바르셀로네타, 람블라스 거리 등과는 직접 연결되지 않습니다. 대부분 디아고날(Diagonal) 대로나 플라카 프란세스 마시아(Francesc Macià) 같은 지점에서 시작하므로, 시내 중심에서 트램으로 환승하려면 지하철 또는 버스를 이용해 연결해야 합니다. 둘째, 티켓은 T-casual, T-familiar, Hola BCN 패스 등 통합 교통권으로 트램도 이용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T-casual 티켓 10회권 한 장으로 지하철 → 트램 또는 트램 → 버스 등 75분 이내 환승이 1회로 인정됩니다.
이 시스템을 잘 활용하면 교통비를 절약하면서 외곽 지역까지 부담 없이 이동할 수 있습니다. 셋째, 트램 승차는 무인 시스템으로 운영되며, 정류장에 설치된 기계나 지하철역에서 티켓을 구매하거나 충전한 뒤, 트램 안에 설치된 개찰기에서 탑승 시 직접 체크인해야 합니다. 탑승 시 티켓 체크를 잊으면 무임승차로 간주되어 벌금이 부과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넷째, 트램은 주로 현지인들이 출퇴근 시 사용하는 교통수단이므로, 출근 시간(오전 7시~9시)과 퇴근 시간(오후 5시~7시)에는 혼잡할 수 있습니다. 여행 중 여유롭게 움직이려면 이 시간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트램역 주변에는 관광 정보가 많지 않기 때문에, 외곽 목적지를 방문할 경우 사전에 지도 앱이나 구글맵으로 주변 환경을 미리 확인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외곽 지역은 영어 표기가 부족한 곳도 있으므로 주요 정류장 명칭을 현지어로 숙지해 두면 혼란을 줄일 수 있습니다.
추천 외곽 목적지와 트램 활용 루트
트램을 이용해 바르셀로나 외곽을 여행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장소들을 소개합니다. 첫 번째는 바르셀로나에서 조금 떨어진 산트 호안 데스피 지역입니다. 이곳은 안토니 가우디의 미완성 작품인 ‘콜로니아 구엘’이 가까운 지역이며, 조용하고 정돈된 주거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T3 노선을 따라가다 보면 이 지역에 접근할 수 있으며, 지하철과 환승 없이 트램으로 만도 접근이 가능합니다. 두 번째는 디아고날 대로 서쪽 끝자락의 외곽 쇼핑센터들입니다. 특히 '라 일라 디아고날'이나 '피네다 쇼핑센터'는 로컬 마트, 의류점, 카페가 모여 있어 현지 분위기를 느끼며 쇼핑하기에 좋습니다. 트람바익 노선 중 T1, T2, T3는 이 지역과 연결되어 있어 쉽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북동쪽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트람베소스 노선입니다. 특히 T4 노선을 타고 산트 아드리아 데 베소스까지 가면, 한적한 해변과 인더스트리얼한 도시 풍경이 어우러진 독특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이곳은 바르셀로나 중심의 활기찬 관광지와는 다른 느낌의 여유로운 여행을 선사합니다. 바닷가 산책이나 조용한 카페에서 쉬며 하루를 보내고 싶다면 매우 추천할 만한 목적지입니다. 또한, 트램과 지하철을 환승하여 티비다보 언덕, 몬주익 언덕 등 고지대 지역으로도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트램을 타고 디아고날에서 L3 지하철로 환승하면 빠르게 몬주익 케이블카 탑승 지점까지 갈 수 있습니다. 이처럼 트램은 외곽을 목적지로 한 다양한 여행 루트를 유연하게 만들어 줍니다.
바르셀로나의 트램은 단순히 교통 수단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닙니다. 도시 외곽을 깊이 있게 체험하고자 하는 여행자에게는 이보다 효율적인 방법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노선이 비교적 단순하고, 탑승 과정이 간편하며, 요금 체계도 통합되어 있어 유럽 초행자에게도 추천할 수 있는 교통수단입니다. 특히 바르셀로나의 일상과 로컬 문화를 느끼고 싶다면 중심지를 벗어나 외곽을 탐방해 보세요. 그 여정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어줄 수단이 바로 트램입니다. 하루쯤은 시내의 분주함에서 벗어나 트램을 타고 천천히 외곽으로 나가보는 것은 어떨까요? 바르셀로나의 또 다른 얼굴이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